161025에 밀려씀
어제 구걸 빡씨게 했으니, 오늘은 구걸 안하고 좀 싸돌아 다닌다.
오후 2시 30분쯤 출발. 남서쪽으로 간다. 뭉게뭉게 구름. 날이 흐리다. 다행히 비는 안온다.
주택가들이라 썰렁하네. 자전거도로가 도로 한쪽에 있다.
화창해도 겨울이라 싸늘하다.
단단히 입고 간다. 아마 페달질하면 열이 안겠지..
오늘은 확실히 GPS를 보며 제대로 길을 확인하면 갔다.
Motorway 가장자리를 따라 간다.
한창 공사 중이라 어수선하다.
고속도로를 따라가니 빠르네. 근데 그 고속도로가 또 공사중이라 우회해서 가느냐 좀 많이 헤맸다.
왼편에 골프장이 있다.
사람이 적고 땅이 넓으니 골프장이 도시 근교에 있네.
잔디를 특별히 관리 안해도, 겨울에도 잘 자란다.
도로 옆에 꽤 깊어보이는 골짜기가 있다.
그리고 건너엔 주택가다.
도심을 조금만 벗어나도 녹지가 참 많다.
벌써 1시간 30분 넘게 달렸다.
월요일이라 썰렁. 가끔 자전거 타고 앞지르는 사람들이 있다.
오른쪽에 바다, 만이 펼쳐졌다.
왼편은 바다로 흘러 나가는 강, 습지대다.
날이 갠다. 하늘색이 점층적으로 변한다.
눈이 탁 트인다.
바다를 오른쪽에 끼며 달리니 좋네.
정확히 오른쪽은 도로여서 차가 달리지만....
다시 내륙으로 돌아 남쪽으로 향한다.
목련(으로 추정되는, 목련이 초봄에 피니... 남반구 8월 날씨 상 맞지 않을까 싶다.)이 폈다. 분홍 목련이네.
개인적으론 목련은 별로 안좋아하지만, 분홍 목련은 좀 교태스러워보인다.
Henderson이라는 동네에 들어섰다. 이 동네 역세상권이 형성된 곳.
Westfield WestCity 쇼핑몰에서 물 좀 마시려 들어갔다.
FoodCourt가보니, 배가 고파서인지 남은 음식이 탐이 났다. 그러다가 콜라가 그냥 테이블에 있길래 주인없는건가 했는데.. 아니네 주인있네. 쓰레기통에 음료수가 있어 하나 챙기고 한 테이블에 남은 음식이 있길래 낼름 먹었다. 약간 창피하네. 익숙해진줄 알았는데..
잔반 먹고 버리러 가는데 쓰레기통 위 선반에 다른 음료수가 있어 좀 건들었더니, 청소부 아가씨가 온다. 여기 남은 음식 버리는거 맞냐고 내가 물었다.. 모라고 한다. 당시엔 못 알아들었는데, 나중에 생각해보니 왜 내 음료수 건드리냐고 한거였다.
얼굴이 화끈하네. 다시 그 청소부 아가씨에게 잔반 쓰레기 어디다가 버리느냐고 물었는데, 대신 받아서 버려주네, 그리고 음료수 하나를 준다. 참..미안하네. 마치 도둑질하다 걸린거 같다.. 제대로 버리는 음료수인줄 알았다고 얘기했어야했는데.. 도둑이 제발 저린거겠지.
나중에나오는데 그 청소부 아가씨가 온다. 내가 놓고온 장갑을 갖다 주네. 감사.. 참.. 창피했다.. 아직 마음의 수련이 부족하다.
주변을 좀 돌며 마음을 추스리고 다시 출발.
가는 길에 보니 동네에서 운영하는 작은 농장이 있네.
사람은 빈땅을 보면 모든 심고 싶은가 보다.
이름 모를, 색이 매우 강렬하다. 눈에 확 띄네.
드디어 오늘 목표로 한 FatCat Backpacker에 도착.
좀 헤매서 20km 정도를 약 2시간 동안 왔다.
이곳은 전에 길에서 만난 홍콩청년이 알려준 일종의 호스텔이다.
다만 좀 다른게 있다면, 단순히 호스텔만 하는게 아니라, 서로 노동력을 제공하며 호스텔을 공동으로 운영하고 텃밭도 같이 일구고, 음식도 같이 하는, 농장 같은 느낌의 호스텔이다.
주변에 아기자기하게 단장도 하고, 나무도 심고, 꽃도 있고 그렇다.
생각보다 썰렁한 주택 같은 호스텔이다. 아무도없다. 들어가 좀 돌아보니 주인으로 보이는 사람이 나온다. 그냥 친구가 추천해서 가격 알아보고 둘러보려 왔다고 했다. 주인은 자기 저녁준비 중이라고 둘러보면 안된다고 한다. 썩 내키지도 않아서 그냥 나왔다. 몬가 따뜻하고 활달한 분위기일 줄알았는데.. 냉냉하다. 누군가의 집인데, 연락도 없이 찾아와서 당연한 한대인가 싶기도 하다..
이제 다시 돌아간다. 큰 도로 따라 갔다. 가는길에 공동묘지가 보이네.
밤에오면 무서우려나. 여긴 아직도 많이 매장하나보다.
도로 근처의 핀 꽃.
이런 꽃이 좋다. 하나가 특별히 이쁜게 아니라 집단으로 조화롭게 있는 것. 마치 모자이크 처럼.
다만 환공포증이 있는 사람은 싫어할듯.
돌아갈땐 왔던 길이 아니라 내륙으로 크게 돌아 남동쪽으로 간다.
Avondale이란 동네에 들어서니 거미 모형이 바로 보인다.
마치 동네의 장승같은 느낌.
슬슬 해가 지려한다.
이 동네 곳곳에 예술작품들이 있다.
꽤 신경을 많이 쓴거 같다. 눈이 한번 쉬어 갈 수 있어 좋은거 같다.
여유가 있어 보인다.
한 3시간 자전거를 타니 얼굴이 벌겋다.
퇴근 시간대라 차가 많다.
언덕을 한참 기어 올라 왔다. 힘드네. 잠깐 밑에 경치를 본다.
멀리 바다가 보인다.
오후 6시30분, 해가 졌다.
근처 맥도날드가 보여 쓰레기통 뒤져 감자튀김이랑 음료수 먹고 마셨다.
오아시스 같은 존재다.
가는길에 Grey Lynn이란 동네에서 본 개 벽화.
눈에 익다 싶었는데... 내가 인터넷에 보고 재미있다고 저장한 사진이네.
개잘생겼다. 역시 패션의 완성은 얼굴. 이 중 가장 왼쪽이 아마 벽화그릴때 이용한듯 하다.
몬가 이상한 사진이지만, 휴대폰 카메라로 호출시간을 길게 두고, 차들을 찍은거다.
근데 의미를 부여하면 몬가 있어보이기도 하고...
한번 더 장노출해서 찍은 도로. 잘안되네. 이걸로 별사진을 찍을 수 있으려나.. 안될듯.
7시쯤 쉐어하우스에 도착.
간만에 자전거를 4시간정도 타고나니 운동이 많이 됐네. 특별히 인상적인건 없지만 안갔으면 미련이 남았을듯. 이제 나중에 북쪽 가봐야지.
자전거를 오래타서 그런가.. 졸리고 만사가 귀찮네.. 다 내일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