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0523에 밀려씀
180420
심야버스타고 바르셀로나로 간다.
휴대폰으로 미드-프렌즈 좀 보다 잔다. 목베게를 수리했는데도 또 바람이 빠지네.
버스는 다른 정거장에 몇번 선다. 자다 깨다는 반복.
예상보다 일찍, 새벽 5시45분쯤 도착.
비몽사몽간에 버스에서 내린다.
배주머니랑 먹거리가 든 봉다리를 잠시 바닥에 내려 놓고 버스 화물칸에서 기타가방과 캐리어를 꺼낸다. 그리고 다시 배주머니 등등을 내려 놓은 자리를 돌아봤다.
아놔!!! 배주머니가 없다. 먹거리가 든 봉다리만 있다. 순간 핑 머리가 돈다.
배주머니에 노트북 아답터, 현금이 있는데...
다행히 여권은 차고 있던 배주머니에 있었다. 하지만 가슴이 철렁했다.
현금도 현금이지만, 가장 큰 문제는 노트북 아답터.
내 노트북이 고전력이라 특별한 아답터가 필요한데, 큰일이다.
버스터미널을 계속 돈다. 정신이 없다.
제발 현금만 갖고 나머지는 쓰레기통에 버렸기를... 근데 그 어떤 쓰레기통에도 없다.
대략 30분동안 무거운 캐리어를 들고 계속 돌아봤지만 헛수고.
곳곳에 CCTV가 있어 찍혔을텐데....
근처에 경비견과 같은 순찰돌고 있는 경비원에게 분실당했다고 얘기한다. 근데 이 경비원이 영어가 안되네. 안되는 스페인어와 손짓발짓으로 설명. 경찰서 가랜다.
일단 버스터미널안 인포메이션에 문의해보려한다. 근데 7시에 연다.
할수 없이 벤치에 앉아 샌드위치 먹으며 인포메이션이 열리길 기다린다.
인포메이션 직원이 7시 안되서 왔다. 마음이 급해서 바로 문의하니 7시부터 영업이라고 성을 낸다. 결국 7시까지 기다려 문의. 경찰서 가랜다.. CCTV만 확인 가능하냐니 그래도 경찰서 가랜다. 아놔... 참 불친절하다.
버스터미널 바로 옆에 있는 경찰서 간다.
어떻게 바르셀로나 오자마자 경찰서부터 가냐..
한참을 기다려 도난 신고를 접수한다. 경찰에게 CCTV만 먼저 확인 가능하냐고 하니 영장있어야한댄다. 참... 여기도 답이 없다.
별 소득 없이 도난 신고 확인서만 들고 아침 7시 40분쯤 경찰서를 나섰다.
생각해보니 버스주차장 근처 벤치에 앉아 있었던 사람들이 절도한거 같다.
근데 물증도 없고 다짜고짜 뒤질수도 없고... 참 답답하다.
그냥 짐이 너무 많은 내탓을 해야지. 당장 쓸 돈이 아니면 항상 캐리어에 넣었어야했다. 속상하다.
바르셀로나 오자마자 참 힘들다.
고모님댁으로 간다. 지난해 11월에 산 기차 10회권은 만료되서 안되네.
다행히 현금 얼마를 주머니에 두었다. 근처 주유소에서 동전을 바꾼 뒤 고모님 댁으로 간다.
아침 9시 쯤 도착. 배주머니만 도난안당했으면 7시쯤 여유있게 도착했을텐데...
고모님은 병원 약속이 있어 마침 나가시는 길. 대신 사촌형님이 오셨다.
고모님과 사촌형님에게 상황설명. 다시 찾는건 불가능하다고 하신다.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다만 어떻게 해서든 오늘 대용량 노트북 아답터를 구해야한다고 했다.
우선 샤워부터 했다. 정신차려야지..
고모님은 병원 가시고 사촌형님은 내게 한국 압력밥솥 구입하는걸 도와 달라고 하신다.
그래서 한참을 한국 압력밥솥 봤다. 나도 지금 노트북 아답터 알아봐야 해서 마음이 급한데...
그전에도 전혀 압력밥솥에 관심이 없었는데, 내가 보면 몰 아나.. 그냥 한국어를 풀어서 설명해 드렸다.
11시쯤 고모님이 오셨다. 그리고 노트북 아답터 구입하러 같이 길을 나섰다. 그래도 고모님 자동차가 있어 이곳저곳 다녔다.
먼저 간 곳은 사촌형님의 지인. 역시 대용량 노트북 아답터는 없다. 이번엔 한 매장에 갔다. 역시 없다. 아... 큰일이다.
사촌형님은 조카 하교 배웅하러 가시고 고모님이랑 근처 까르푸 갔다.
여기도 까르푸가 있네...
까르푸에서 우선 AA 충전기를 구입. 비싸다... 17유로... ebay에서 사면 5유로면 충분한데... 할수 없지.. 급하니깐.
그리고 까르푸 옆에 있는 한 전자제품 매장에 갔다. 고모님 말씀으론 여긴 파키스탄 사람들이 하는 곳으로 제품질이 별로 안좋다고 한다. 그래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근데 재수좋게 대용량 노트북 아답터가 있다. 미심쩍어 갖고 간 노트북으로 한참을 테스트. 괜찮게 된다. 25유로 주로 구입. 일단은 이 아답터를 한동안 써야겠다.
돌아오는 길엔 벼룩시장에서 다른 배주머니를 구입하려 한다.
배주머니가 있어야 작고 무거운걸 몸에 지니고 비행기를 탈수 있다.
근데 벼룩시장이 2시쯤 닫는댄다. 그래서 장을 철거하고 있다.
중국인이 하는 할인점도 가보고 벼룩시장도 가봤지만 많이 들어가는 배주머니가 없다.
나중에 ebay에서 구입해야하나... 내일 비행기 탈땐 어떻게 하지...
고모님 댁으로 돌아오니 오후3시가 다됐다.
도착 하자마자 정신 없었다. 여지껏 사진에 보이는 도난 신고서 받고, 노트북 아답터, 충전기를 마련했다. 배주머니를 도난당해 이렇게 또 갑작스런 지출을 하게 된다. 싫다.
오늘 계획이 이런게 아니었는데...... 너무 시간, 돈, 체력과 정신을 소모 했다.
이제 짐을 정리해야한다.
지난해 11월에 고모님께 맡긴 여름옷을 챙기고 겨울옷 일부는 다시 고모님께 맡겨야한다.
저녁엔 고모님이 사촌형님들과 식사해야한다고 해서 마음이 급하다.
그래도 일단 밥부터 먹는다. 고모님은 외식하자고 하시는데 정신도 없고 할일도 많고 해서 그냥 집에서 먹어도 된다고 했다.
간만에 국을 먹는다. 내가 안한 음식은 다 맛있다.
고모님께 감사의 표시로 100유로 드렸다. 더 드릴려 했는데, 도난당한 배주머니안에 현금이 있어서 얼마 못드렸다.
우선 현금부터 정리한다.
대부분의 큰 현금은 캐리어 안에 넣어 두어, 아주 큰 타격은 아니다.
어제 마르세유를 떠나면서 급하게 동전을 지폐로 교환하고, 보증금을 받아서 정확히 얼마를 배주머니에 넣고 도난당했는지 모르겠다. 그렇게 받고 싶었던 보증금을 받자마자 날린건가... 멍청하긴...
그동안 적은 일기를 확인하면 보증금 중 250유로를 날린거 같은데, 긴가민가하다… 최대 대략 400유로 정도 부족하다.. 어디 갔냐… 내가 계산을 잘못한건지 아니면 정말 다 도난당한건지..
노트북 아답터를 구하게 되니 도난당한 현금에 속이 쓰리다.
마르세유에서의 마지막 2주 정도는 정말 구걸하기 귀찮았지만, 그래도 참고 구걸했는데... 정말 개처럼 적선받아 바보 같이 도난당했네..
가장 큰 폐착은 프랑스에서 계좌개설을 못해 큰 돈을 들고 다니게 된 것... 역시 현금은 매우 위험하다.
남은 현금을 모두 정리. 결국 고모님께 예상보다 350유로 정도 적은 2120유로만 차후에 입금 부탁…
고모님은 내가 얼마전에 개설한 UK의 유로 계좌에 입금하는게 국제송금이라고, 잘안될거라 하시는데, 한참을 설명드리고 직접 소액을 송금하는걸 보여드리고 이해하신거 같다. 이래서 부탁하는게 싫다. 죄송하고 번거롭고.
한 2시간 짐정리했다. 대충 무게도 체크인 기준에 맞다.
특히 옷정리하면서 과연 옷이 부족할까, 많을까 아직도 모르겠다.
최대한 짐을 줄인다고 줄였는데... 그래도 많은거 같다.
저녁 7시30분쯤 지난 11월에 비자 연장신청을 도와주셨던 아주머니가 오셔서 잠시 뵀다.
근데 스페인어를 다 까먹어서 하나도 의사소통이 안되네. 고모님이 옆에서 통역을 좀 해주셨다. 그래도 뻘쭘하네... 짐정리 마치니 긴장이 풀려 졸리기도 하고...
저녁에 사촌형님들과 식사하기로 했지만, 고모님이 시장하시다고 식사하셔서 같이 좀 했다.
밤 9시 30분쯤 사촌형님들과 그 가족과 함께 외식한다.
지난 11월에 갔던 까탈루냐 전통 식당. 전에 내가 잘 먹는거 같다고 고모님이 정하셨다.
가는 길에 형수님과 조카를 픽업했다. 조카가 한국어 배운댄다. 내게 이것저것 한국어에 대해 묻는데... 참 답하기가 곤란하다. 괜히 어줍잖게 쓸데없는 얘기했다가 더 혼란스러워하지 않을까 싶다.
식당에 도착. 사람 많네.... 그래도 자리를 예약해서 금방 안내 받았다.
전에 먹었던 음식들이어서 이젠 별로 신기하진 않다. 아직도 토마토, 마늘 등을 빵에 비벼 먹는건 좀 아니다 싶다. 토마토 등이 아깝다.
내가 피곤해서 그런가, 한국어나 영어로 의사소통이 잘안되서 그런가 대화가 잘이어지지 않네. 옆에서 조카가 묻는 말에 그냥 두리뭉실하게 답하는 정도.
스페인문화인가, 서로 대화하는데, 옆에 앉아있는 입장에선 정신 없다. 서로 얘기하는데 무슨말인지 모르겠다. 나는 별로 할말이 없다. 내 일이 많아 그런가 보다.
밤 11시쯤 식사를 마쳤다. 고모님이 계산하신다. 한 85유로 정도. 나때문에 큰 돈 쓰신거 같아 매우 죄송. 이래서 참 만나뵙기 부담스럽다. 난 좋은 음식, 좋은 장소에 전혀 관심이 없는데..
고모님댁에 도착 하니 이제 자정이 다되간다.
새벽부터 밤까지 최고로 힘든 날중 하나. 잠도 제대로 못자고 배주머니 도난당해, 노트북 아답터, 충전기 사느냐고 신경쓰고, 짐정리 하느냐 고민하고 계좌이체 부탁하느냐, 밤엔 식당가서 마음에도 없는 자리에 앉아있느냐 힘들었다. 그래도 적당히 마무리 했다. 문제가 생겨도 누가 대신해줄 사람이 없으니 꾸역꾸역 내가 해야지...
다만 이젠 문제가 생겨도 대처는 하겠지만, 그 대처하는 과정이 매우 번거롭고 힘들다는걸 알기에 피하고만 싶다.
바로 자지도 못한다. 내일 출국 준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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